저자:나태주
제목: 별빛 너머의 별
출판: 알에이치코리아(RHK)
발행: 2023. 01. 25.
* <별빛 너무의 별> 출판사인 알에이치코리아의 허락을 받고 제작되었습니다.
따듯한 배움 ‘온도계’ 오디오 북 제작
나태주 시집 <별빛 너머의 별> 중 8편
– 1편 –
○별1
너무 일찍 왔거나 너무 늦게 왔거나
둘중에 하나다
너무 빨리 떠났거나 너무 오래 남았거나
또 그 둘 중에 하나다
누군가 서둘러 떠나간 뒤 오래 남아 빛나는 반짝임이다
손이 시려 손조차 맞잡아 줄 수가 없는
애달픔
너무 멀다 너무 짧다
아무리 손을 뻗쳐도 잡히지 않는다
오래오래 살면서 부디 나 잊지 말아다오
○져주는 사랑
사랑 가운데는
져주는 사랑이 가장 좋은 사랑이고
슬그머니 눈감아줄 줄 아는 사랑
기다릴 줄 아는 사랑이 좋은 사랑이라는데
일찍이 그런 사랑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은 어디까지나 다투는 것이고
쟁취하는 것이고 빼앗는 것이고
때로는 구걸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몰염치라고 잘못 알았던 것이다
어쩔래? 많이 늦었지만 그런 사랑을 좀 가르쳐 주지 않겠니?
너에게 부탁한다.
○목련꽃 낙화
너 내게서 떠나는 날
꽃이 피는 날이였으면 좋겠네
꽃 가운데서도 목련꽃
하늘과 땅 위에 새하얀 꽃등
밝히듯 피오오른 그런
봄날이었으면 좋겠네
너 내게서 떠나는 날
나 울지 않았으면 좋겠네
잘 갔다 오라고 다녀오라고
하루치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
가볍게 손 흔들 듯 그렇게
떠나보냈으면 좋겠네
그렇다 해도 정말
마음속에서는 너도 모르게
꽃이 지고 있겠지
새하얀 목련꽃 흐득흐득
울음 삼키듯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려앉겠지
○또다시 묻는말
또다시 사랑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것은
얼만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
그렇다!너를
산을 바라보듯 바라보고
강물을 보라보듯 바라보고
꽃을 바라보듯 바라보는 것
그리하여 네가
산이 되게 하고
강물이 되게 하고
드디어 꽃이 되게 하는 것
때로는 네 옆에서 나도
산이 되어 보고
강물이 되어 보고
꽃이 되어 보기도 하는 것.
-2편-
○선물1
나에게 이 세상은 하루하루가 선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밝은 햇빛이며 새소리,
맑은 바람이 우선 선물입니다
문득 푸드른 산 하나 마주했다면 그것도 선물이고
서럽게 서럽게 뱀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는
강물을 보았다면 그 또한 선물입니다
한낮의 햇살 받아 손바닥 뒤집는 잎사귀 넓은 키 큰 나무들도 선물이고
길 가다 발밑에 깔린 이름 없어 가여운
풀꽃들 하나하나도 선물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지구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지구에 와서 만난 당신,
당신이 우선적으로 가장 좋으신 선물입니다
저녁 하늘에 붉은 노을이 번진다 해도 부디 마음 아파하거나 너무 섭하게 생각지 마서요
나도 또한 이제는 당신에게
좋은 선물이었으면 합니다.
○소망
받고 싶은 마음보다
주고 싶은 마음이 좋은 마음이다
주고 나서 이내 잊어버리고
무엇을 또 주어야 하나/찾는 마음이 좋은 마음이다
꽃을 보고서도 저것을 가져다 주었으면 하고
구름을 만나서도 저것을 데려다 주었으면 하는
그 마음 뒤에 웃고 있는 네가/있음을 나는 모르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거기 너 그렇게 웃고만 있거라
예뻐 있거라
○그리하여,드디어
어찌 너의 어여쁨만
사랑한다 하겠느냐
어찌 너의 사랑스러움만 아낀다 하겠느냐
오히려 너의 모자람이
나의 아픔이 되었고
너의 실패, 너의 슬픔이
나의 사슬이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날마다 순간마다
너의 모자람을 끌어안는다
너의 실패 너의 슬픔을
나의 것으로 한다
드디어 너는 나와 하나가 된다.
○너를두고1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